2022년 가을, 강원도 정선의 한 외진 마을에 폐교 한 채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 이름은 ‘달고나마을’. 처음엔 누구도 그곳에서 연 매출 1억 원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이 베이커리 카페는 SNS 없이도 입소문만으로 전국 단위의 방문객을 불러들이며,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이 글에서는 귀촌한 40대 부부의 리얼한 창업 스토리, 폐교 리모델링 과정, 메뉴 선정, 실패와 시행착오, 그리고 소문으로만 퍼진 이 작은 빵집의 마케팅 전략까지 깊이 있게 다뤄본다. 진짜 사람의 이야기, 진짜 지방 창업의 현실이 담겨 있다.
1. 40대 부부의 돌발 귀촌: “사는 게 너무 숨 막혔어요”
김정우(47) 씨와 아내 박수현(45) 씨는 원래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고, 마감은 밤 11시. 아들 하나를 키우며 15년을 살았지만, 삶이 단 한 번도 여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쓴 한 문장이 두 사람의 삶을 뒤흔들었다.
“우리 집은 왜 이렇게 항상 피곤해요?”
그 말이 꽂혔다. 두 사람은 충동적으로 ‘귀촌’을 검색했고, 우연히 나온 정선군의 폐교 활용 공모사업에 눈길이 갔다.
2. 폐교, 낡았지만 가능성이 보였다
처음 폐교를 보러 간 날, 정우 씨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거 그냥 창고야.”
하지만 아내 수현 씨는 달랐다. 운동장 너머의 풍경, 바닥에 쌓인 먼지, 깨진 유리창 안쪽 교실들에서 묘한 가능성을 느꼈다고 한다.
마침 정선군은 폐교를 일정 기간 무상 임대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었고, 리모델링은 입주자 부담 조건이었다. 둘은 가진 돈 3천만 원에 추가로 2천만 원을 빌려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이름은 ‘달고나마을’. 오래된 공간에 달콤한 기억을 더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다.
3. 메뉴는 단 5가지, SNS는 아예 안 했다
서울에서 쌓은 분식집 경험을 그대로 옮기면 안 된다는 게 정우 씨의 생각이었다. 대신 ‘지역 밀가루’, ‘강원도 우유’만 쓰는 빵 5가지를 정해서 매일 아침 직접 구웠다.
대표 메뉴는 ‘옥수수 크림빵’과 ‘쑥앙버터’. 매일 200개만 만들고, 다 팔리면 문을 닫았다. 처음엔 하루 20명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빵 맛을 본 사람들은 다음 주에 친구와 함께 다시 왔다. 그렇게 첫 달 매출은 170만 원.
3개월째엔 850만 원, 1년이 되는 달엔 매출이 1억 200만 원을 찍었다.
4. 마케팅은 ‘소문’ 하나만 믿었다
“인스타그램 계정 만들까요?” 지인이 권했지만, 정우 씨는 고개를 저었다.
“좋은 가게는 알려달라고 안 해도 알려지더라고요.”
정말 그렇게 됐다. 교사 출신 여행 블로거, 캠핑 유튜버, 맛집 커뮤니티 유저들이 조금씩 소개하기 시작했고, 블로그 한 편이 다음 메인에 오르자 평일에도 예약 문의가 폭주했다. ‘오픈런’까지는 아니어도, 정선에서 오전에만 문을 여는 베이커리 카페라는 독특한 콘셉트는 곧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5. 현실은 낭만 그 자체는 아니었다
전기도 약했고, 겨울엔 난방이 안 되어 손이 얼어붙었다. 수도는 얼어붙고, 장작보일러는 세 번이나 터졌다. 눈이 오는 날엔 손님보다 고라니가 먼저 도착하곤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서울에선 손님이 100명이 와도 웃을 일이 없었는데, 여기선 한 명이 ‘맛있어요’ 한마디 해주면 하루가 즐거워요.”
6. 앞으로의 계획: ‘학교 운동장을 마켓으로’
이젠 더 많은 사람을 초대하고 싶다는 두 사람.
올해부터는 주말마다 폐교 운동장에서 작은 로컬 플리마켓을 열 계획이라고 한다.
정선의 손수 만든 공예품, 지역 농산물, 아이들 장난감 교환까지…
‘달고나마을’은 더 이상 단순한 베이커리가 아니라, 지역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가고 있다.
✅ 마무리
이 작은 창업 이야기는, 화려하지도 않고 드라마틱하지도 않다. 하지만 현실을 살던 두 부부가 스스로 만들어낸 변화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진짜 의미가 있다.
‘달고나마을’은 보여준다. 대단한 기술, 대단한 자본보다 중요한 건 공간을 사랑하는 마음과, 사람을 위한 음식이라는 단순한 진심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