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 전통과 보수의 이미지가 강한 도시에서
조금은 ‘생뚱맞은’ 공간이 문을 열었다.
독립서점과 수제맥주 바가 함께 있는 복합문화공간 ‘책맥당’.
처음엔 “책이랑 술이 같이 되겠냐”는 말도 들었지만,
이제는 매주 2030 세대가 모여들고, 지역 문화 행사의 거점이 되었다.
이 글에서는 서울에서 퇴사하고 귀향한 30대 청년이
책과 맥주라는 콘텐츠로 안동이라는 도시에 불어넣은 변화,
그 창업의 전 과정과 시행착오, 그리고 지역 브랜딩 전략까지
현실감 있게 소개한다.
목차
- 퇴사 후 고향으로, 그리고 책맥당의 시작
- 책이 팔리지 않아도, 공간은 살아남는다
- 맥주 한 잔과 책 한 권의 거리감 줄이기
- 브랜딩보다 커뮤니티: 청년들이 모이기 시작한 이유
-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 다시 증명하다
- 책맥당의 다음 챕터: 지역 출판 프로젝트
- 마무리: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의미 있는’ 공간 만들기
1. 퇴사 후 고향으로, 그리고 책맥당의 시작
이상우(36) 씨는 서울에서 출판사 에디터로 일하다가
번아웃을 겪고 고향 안동으로 내려왔다.
“회사는 다닐 만 했지만, 인생은 재미가 없었어요.”
혼자 살던 서울 원룸에서 3년간 모은 책을 싣고 내려온 그는
어릴 적 다니던 골목길 근처에 빈 상가를 임대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혼자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
두 가지를 함께 놓고 싶었다.
간판은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나온 이름 ‘책맥당’
“책이랑 맥주랑 당기는 대로.”
2. 책이 팔리지 않아도, 공간은 살아남는다
처음부터 책이 잘 팔릴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서가는 대부분 독립출판물로 채웠고,
책은 ‘판매’보다 ‘체류’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책은 읽고, 맥주는 마시는 공간.
단순하지만 새로웠다.
책장 옆에 있는 미니바에는 로컬 브루어리에서 납품받는
수제맥주 3종을 준비했다.
- 안동 흑맥
- 고소리 페일에일
- 청보리 라거
3. 맥주 한 잔과 책 한 권의 거리감 줄이기
문제는 분위기였다.
처음엔 사람들이 조용히만 책을 보다 가버렸다.
맥주 주문율은 10%도 안 됐다.
그래서 이상우 씨는
책 한 권 구매자에겐 “작은 샘플 맥주 한 잔”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책 모임을 ‘북맥토크’로 바꾸고,
낭독회를 열면서 “한 문장, 한 모금”이라는 콘셉트를 밀었다.
그제야 사람들이 책과 맥주 사이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4. 브랜딩보다 커뮤니티: 청년들이 모이기 시작한 이유
“안동엔 우리 앉을 데가 없어요.”
그 한 마디가 모든 걸 바꿨다.
책맥당은 책도 맥주도 주인공이 아니었다.
혼자 와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
혼자 와도 우연히 대화가 시작되는 자리.
서울에선 흔하지만 안동에선 드물었던 그 문화가,
청년들을 끌어당겼다.
지역 활동가, 대학생, 디자이너, 웹툰 작가까지
이 작은 서점에 모이기 시작했다.
5.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 다시 증명하다
코로나19 이후 폐업한 가게가 많았지만,
책맥당은 2024년 기준,
- 누적 방문자 1만 2천 명
- 책 판매량 연 3,500권
- 맥주 판매 매출 연 3,000만 원
‘수익성보단 지속가능성’을 택한 전략이
결국 지역의 ‘존재감’으로 이어졌다.
6. 책맥당의 다음 챕터: 지역 출판 프로젝트
2025년부터는
안동 청년들의 인터뷰를 엮은 소책자 시리즈
<안동사람들>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 편의점 야간 근무자 인터뷰
- 안동시장 떡집 사장님의 이야기
- 주말마다 농사짓는 교사
책을 만드는 사람, 마시는 사람, 이야기하는 사람이
모두 한 공간에 있는 구조.
이게 책맥당이 꿈꾸는 다음 챕터다.
7. 마무리: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의미 있는’ 공간 만들기
‘책맥당’은 거창하지 않다.
책도, 맥주도, 공간도
아주 작고 소박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태어난 이야기들은
안동이라는 도시에 새로운 문화의 씨앗이 되었다.
그리고 그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