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흔히들 말하는 '할머니들만 사는 동네'에
서울에서 내려온 30대 청년이 도시락 가게를 열었다.
그 가게 이름은 ‘도시락상회’.
처음엔 인근 조선소 근로자들이 점심 도시락으로 시작됐지만,
이젠 고흥 주민들이 먼저 찾는 진짜 로컬 맛집이 되었다.
SNS 광고도 없고, 마케팅 예산도 없었지만
그는 어떻게 연 매출 8천만 원의 수익을 내게 되었을까?
이 글에서는 귀촌 창업의 현실, 메뉴 선정의 고민,
로컬 맞춤 마케팅, 그리고 진심이 만든 브랜드의 힘까지
단 한 사람의 리얼 창업기를 담아낸다.
목차
- 서울을 떠난 이유: “이렇게 살아선 아무것도 남지 않겠다”
- 고흥, 낯선 땅에서 시작된 도시락집
- 실패한 1호 메뉴, 다시 시작된 메뉴 개발기
- 조선소에서 퍼진 입소문, SNS보다 강했다
- 돈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었다
- 도시락상회의 다음 계획: 고흥 청년들과의 협업
- 마무리: 귀촌 창업은 비싸지 않아, 다만 꾸준할 뿐
1. 서울을 떠난 이유: “이렇게 살아선 아무것도 남지 않겠다”
이민규(34) 씨는 원래 서울에서 식자재 납품 대행 일을 했다.
하루 평균 14시간을 운전했고, 월 매출은 있었지만 손에 남는 건 거의 없었다.
어느 날 문득 들었던 생각.
“나는 누구를 위해 이렇게 사는 걸까?”
지방에서의 삶을 검색하다가
지방 소멸 지역 중 하나인 전남 고흥에 ‘귀촌 청년 창업지원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원금은 3천만 원.
이 씨는 전세 보증금을 빼고, 중고차를 팔고, 고흥행 기차를 탔다.
2. 고흥, 낯선 땅에서 시작된 도시락집
고흥읍 외곽의 한 오래된 식당 자리에 입주했다.
간판도 없이, 손글씨로 ‘도시락상회’라고 써 붙였다.
오전 10시~오후 2시까지만 영업.
메뉴는 단 두 가지, ‘문어비빔밥 도시락’과 ‘갈치강정 도시락’.
지역 어촌계에서 새벽마다 문어와 갈치를 받아 직접 요리했다.
가격은 7,000원. 배달은 직접, 전화로만 주문 받았다.
3. 실패한 1호 메뉴, 다시 시작된 메뉴 개발기
처음엔 ‘고흥 김치볶음밥’이 메인 메뉴였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고흥 사람들 입맛엔 서울식 볶음밥은 너무 달고 기름졌다.
이 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가게 근처 경로당을 돌며
“어르신, 어떤 반찬이 좋을까요?”
직접 물었다. 그리고 얻은 인사이트로 메뉴를 바꿨다.
그 결과 탄생한 게,
- 문어비빔밥: 고흥 문어 + 채소무침 + 된장소스
- 갈치강정: 밀가루 튀김 없이 직접 조린 레시피
4. 조선소에서 퍼진 입소문, SNS보다 강했다
근처에 있는 고흥 대형 조선소.
그곳에 일하러 온 타지역 근로자들이 ‘뜨거운 도시락’을 찾았고
가성비와 정성에 반한 이들은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전화했는데, 도시락이 다 팔렸어요.”
그 말이 나오기 시작하자, 예약 주문이 붙기 시작했다.
카카오톡 채널도, 인스타도 없지만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진심 어린 음식’이었다.
5. 돈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었다
창업 3개월 차엔 매출이 180만 원으로 떨어졌고,
고흥에 태풍이 오던 날엔 하루 매출이 0원이었다.
하지만 이 씨는 단 하루도 문을 닫지 않았다.
“장사가 안 될수록, 가게를 열어야 사람들이 믿어요.”
그 철학이 결국 주변 상인들의 신뢰를 얻었고,
1년 뒤엔 마을 회관 행사 도시락 단체 주문까지 들어왔다.
6. 도시락상회의 다음 계획: 고흥 청년들과의 협업
이민규 씨는 이제 도시락상회를 넘어
‘로컬 푸드랩’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지역 청년들과 함께 고흥의 해산물로 메뉴를 개발하고,
함께 판매하고, 함께 나누는 방식의 협업 플랫폼을 기획 중이다.
“혼자선 1억을 못 벌어요. 하지만 함께라면 지역도 살고, 우리도 살 수 있어요.”
7. 마무리: 귀촌 창업은 비싸지 않아, 다만 꾸준할 뿐
도시락상회의 이야기는
귀촌 창업이 얼마나 리얼하고 거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도
진짜 ‘사람’을 위한 비즈니스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마케팅 예산이 0원이어도,
진짜 음식을 만들고, 정직하게 장사하면
그게 가장 강력한 ‘브랜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