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의 삶이 마냥 여유로울 줄만 알았던 50대 부부는
남원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작은 창고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뭘 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선택한 건,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쑥떡이었다.
하지만 그저 떡만 만들면 팔릴 거라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브랜드 네이밍부터 포장 디자인, 온라인 입점 전략까지
두 사람은 모든 걸 ‘처음’부터 배워야 했다.
이 글에서는 전통 디저트를 감각 있게 재해석한 '한입쑥떡'의 창업기와,
단순한 떡이 어떻게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전국으로 배송되는 과정을
가감 없이 풀어본다.
목차
- "퇴직 후 뭐하지?" 50대 부부의 고민에서 시작된 창업
- 쑥떡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 하루 100개만 만드는 전략, 부족함이 마케팅이 되다
- 디자인 하나에 고객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 스마트스토어와 SNS, 온라인으로 확장하기까지
- ‘전통’을 현대에 맞게 녹여내는 기술
- 한입쑥떡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 마무리: 전통 음식도 브랜딩되면 콘텐츠가 된다
1. "퇴직 후 뭐하지?" 50대 부부의 고민에서 시작된 창업
이선재(58) 씨는 서울에서 30년 동안 제약회사 영업직으로 일했고,
아내 김영미(56) 씨는 가정주부였다.
아이들이 모두 자라고 퇴직한 후, 두 사람은 아내의 고향인 전북 남원으로 귀향했다.
“시간은 많은데, 하루가 왜 이렇게 공허하지?”
자연을 보고 싶다는 막연한 이유로 내려온 시골에서
정작 가장 필요한 건 ‘새로운 활력’이었다.
어느 봄날, 마당에 난 쑥을 캐던 김영미 씨가 무심코 말했다.
“옛날에 엄마가 해준 쑥떡 진짜 맛있었는데…”
그 말이 시작이었다.
2. 쑥떡이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기로 했다
떡은 누구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부는 ‘누구나 만드는 떡’이 아니라
‘누구나 기억할 수 있는 떡’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첫 번째로 한 일은 브랜드 이름 정하기였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 → ‘한입쑥떡’
이름이 정해지자 방향이 명확해졌다.
- ✅ 개별 포장 가능해야 한다
- ✅ 젊은 세대가 보기에도 촌스럽지 않아야 한다
- ✅ 온라인으로도 팔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이 부부는 남원시 소상공인 창업지원센터에서
‘식품 창업자 대상 브랜딩 교육’을 들으며
패키지 디자인, 유통 기초, 마케팅 용어부터 하나하나 공부하기 시작했다.
3. 하루 100개만 만드는 전략, 부족함이 마케팅이 되다
한입쑥떡은 하루에 100개만 만든다.
처음엔 많이 만들 능력이 없어서였지만,
이 전략은 곧 브랜드의 ‘희소성’이 되었다.
"하루 100개 한정 생산"
"금요일 오전 10시, 주문 오픈"
"선착순 마감"
이런 문구는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기다림’을 만들었고
소셜미디어에 “드디어 주문 성공!”이라는 후기들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4. 디자인 하나에 고객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쑥떡이지만, 겉은 촌스럽지 않다.
부부는 떡을 담는 포장을 ‘마카롱 케이스’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뚜껑을 열면 한입 크기의 쑥떡 6개가 가지런히 들어 있다.
쑥떡을 감싼 유산지는 전통 한지 패턴을 활용했고
상자 안에는 손글씨로 쓴 ‘오늘도 따뜻한 하루 되세요’라는 쪽지가 들어 있었다.
이 작은 디테일들이
“MZ세대도 좋아할 수 있는 전통 디저트”라는 반응을 만들었다.
5. 스마트스토어와 SNS, 온라인으로 확장하기까지
온전히 지역 시장에서만 판매하던 한입쑥떡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딸이 대신 운영해준 인스타그램 계정.
@hanip_ssuktteok 계정에서
‘쑥 캐는 영상’, ‘떡 빚는 영상’, ‘포장하는 모습’을 짧은 리얼 영상으로 올렸다.
그 영상 하나가 리그램되면서
스마트스토어에는 첫날만에 70건의 주문이 들어왔다.
사이트 제작 경험이 전무했던 두 사람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교육 영상을 밤새 보며 등록 방법을 익혔다.
6. ‘전통’을 현대에 맞게 녹여내는 기술
한입쑥떡은 100% 국산 쑥만을 사용하며
방부제 없이 당일 제조, 당일 배송 시스템을 운영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맛’이었다.
전통방식 그대로 만든 반죽에
설탕 대신 천연 꿀을 사용하고,
일반 콩고물 대신 들깨를 살짝 볶아 고소함을 더했다.
이런 차별점들은 단골 고객을 만들었고
남원에 방문한 관광객들이 “인증샷용 선물”로 사 가면서
지역 특산품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7. 한입쑥떡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이 부부는 단순한 떡 가게를 넘어서
‘로컬 디저트 브랜드’를 꿈꾼다.
현재는 계절 떡으로 봄에는 쑥떡, 여름엔 오미자떡, 가을엔 단호박떡을 출시 중이고
2025년부터는 **“전통 디저트 정기 구독 박스”**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지역 농가와 연계해
‘쑥 수확 체험 + 떡 만들기’ 워크숍을 운영하면서
지역 관광과 연계된 브랜드로 확장하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8. 마무리: 전통 음식도 브랜딩되면 콘텐츠가 된다
‘한입쑥떡’의 창업기는
돈이 많아서, 마케팅을 잘해서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다.
정말 일상에서 우연히 태어난 아이디어가
얼마나 치밀하게 다듬어지고,
작은 정성이 쌓일 때 브랜드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음식도 ‘이야기’가 있고 ‘디자인’이 있다면
충분히 현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역의 가치를 살리고
지방 창업의 새로운 모델이 된다.